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6. 18.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우리는 매일 수많은 물건과 정보,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넘쳐나는 물질과 복잡한 삶의 구조 속에서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많은 이들이 미니멀리즘이라는 삶의 태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삶의 본질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지요. 이처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로 돌아가는 삶의 방식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오늘날의 미니멀리스트들보다 훨씬 더 철저하고 극단적인 ‘비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인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철학자의 하루’라는 관점에서 디오게네스의 루틴과 삶의 태도를 살펴보며,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디오게네스의 극단적인 미니멀 루틴은 단순히 기행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강력한 철학적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철학하던 남자, 디오게네스란 누구인가?


      디오게네스는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의 시노페에서 태어나 아테네와 코린토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계승한 견유학파(Cynicism)의 대표 인물로, 인간이 진정한 행복을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실천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철학은 단순했습니다. “자연에 따라 사는 것.”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은 당시 사회가 요구하던 규범, 제도, 물질, 명예를 모두 거부하는 삶을 의미했습니다. 그는 재산을 포기하고 집 없이 항아리에서 생활했으며, 하루 세 끼조차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작해야 단 하나의 나무그릇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소년이 손으로 물을 떠마시는 걸 보고 “이 그릇조차 불필요했구나”라며 버렸다는 일화는 오늘날에도 회자됩니다.

       

      철학자의 하루 - 디오게네스의 미니멀 루틴
      철학자의 하루 - 디오게네스의 미니멀 루틴

       


      이처럼 디오게네스의 일상은 극단적으로 단순했지만, 바로 그 단순함 속에 ‘진정한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철학을 머리로만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의 루틴, 다시 말해 그 철학자의 하루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디오게네스의 미니멀 루틴: 일상을 비우는 기술


      디오게네스의 하루는 극도로 간결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거리에서 보내며,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는 물건도, 집도, 옷도 거의 갖지 않았기에 삶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줄여낸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정신적 자율성과 사유에 투자했던 것입니다.

      그가 보여준 미니멀 루틴의 핵심은 단순한 절제가 아닌 ‘본질로의 귀환’입니다. 그는 외부에서 오는 유혹과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 오직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미니멀리스트들이 추구하는 ‘정신적 명료함’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현대인들의 일상은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요구받는 과정으로 가득합니다.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보일까”와 같은 고민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지요. 반면 디오게네스는 모든 선택지를 줄이고, 오직 생각하고 말하고 존재하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매일의 루틴을 단순화함으로써, 그는 선택의 피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하루를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버림’을 통해 얻는 자유: 현대적 해석


      디오게네스의 방식은 오늘날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가 철학의 이름으로 실천한 일상은 ‘무소유의 철학’, ‘비움의 미학’, ‘자족의 정신’ 등 다양한 이름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현대 미니멀리스트들은 이를 ‘디지털 디톡스’나 ‘제로 웨이스트 루틴’이라는 형태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필요한 것을 줄여나가는 습관’은 단순한 정리정돈을 넘어서, 삶의 태도 전체를 바꾸는 데 기여합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정보, 소비 습관까지도 줄여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그만큼 내면의 공간을 넓힐 수 있게 됩니다. 이때 비로소, 디오게네스가 말했던 진정한 ‘자유’가 다가옵니다.

      그의 삶은 단순히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아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루틴의 철학적 모델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의 ‘철학자의 하루’가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큰 통찰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덜어내야 진짜 자유로울까?

       

      디오게네스는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결코 ‘편안한 삶’을 살았던 인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았던 자유로운 철학자였습니다. 집도 없고, 재산도 없고, 심지어 명예조차 거부했지만 그는 스스로를 부자라고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은 어쩌면 그렇게 간단한 원리에서 출발할지도 모릅니다. 버릴수록 자유로워진다는 것, 그 단순한 진리를 실천한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하루는 지금도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물건이 아니라 관계로, 소비가 아니라 사유로, 혼잡이 아니라 명료함으로 나아가는 삶. 우리 역시 하루를 살아가며 작게나마 덜어내는 습관을 실천해볼 수 있습니다. 디오게네스처럼 거리로 나설 필요는 없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무엇을 더 살까’보다는 ‘무엇을 놓아줄까’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이 순간도 분명히 늦지 않았습니다. 디오게네스의 미니멀 루틴처럼, 단순함 속에서 더 깊은 자유를 찾아 나서는 여정. 그 여정이 여러분의 철학자의 하루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