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6. 20.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 자유롭다


      오늘날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를 새롭게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고립과 자족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진정한 자립은 무엇이며, 혼자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이러한 질문 앞에서 우리가 주목할 수 있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키니코스학파의 창시자, 안티스테네스(Antisthenes)입니다.

      이번 글은 블로그 시리즈 〈철학자의 하루〉의 아홉 번째 이야기로, 대주제인 ‘철학자들의 루틴 – 일상에서 발견한 철학’ 아래, 안티스테네스의 독거 일상과 그 속에 담긴 철학적 가치를 탐구합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디오게네스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그는, 독립적인 사고와 자족의 미덕을 일상의 루틴 속에서 실천했습니다.

      그의 하루는 요란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았으며, 스스로에게 충분했습니다. 단순한 독거가 아니라, 혼자서도 ‘완전한 삶’을 추구한 철학자의 하루였던 것이지요. 이 글은 현대 독자에게 “과연 나도 이렇게 살아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안티스테네스의 일상 속 철학을 통해 자립적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키니코스 철학의 원형, 안티스테네스라는 인물

       

      안티스테네스는 기원전 5세기 후반, 아테네에서 태어나 소크라테스를 만나 제자가 됩니다. 그는 당대의 수사학 교육을 비판하며, 화려한 언변보다 진실한 삶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철학은 단순하고 직설적이었습니다. “덕은 행동이며, 외부적 조건이 아닌 자기 안에서 길러져야 한다.” 이는 훗날 키니코스 학파의 기초가 되었고, 이후 디오게네스가 극단적으로 실현한 철학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는 집단에서 벗어나,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혼자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정착하지 않고 방랑하며,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늘 자신과 대화하며 하루를 보냈지요. 외부의 평판, 사회적 역할, 재산 같은 것들은 그에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가 찾은 가치는 오직 “자족의 가능성”이었고, 이 자족은 철학을 통한 자아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믿었습니다.

       

      철학자의 하루 - 안티스테네스의 독거 일상
      철학자의 하루 - 안티스테네스의 독거 일상

       


      그는 강연이나 교습을 위한 철학자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철학은 스스로를 위한 실천이었고, 삶 그 자체로서 표현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의 하루는 전통적인 의미의 일정이나 작업이 아니라, 끊임없이 덜어내고 단순화하는 생활의 반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안티스테네스의 독거 루틴: 단순함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다

       

      안티스테네스의 하루는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있었지만, 내면은 매우 풍요로웠습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해가 뜨는 것을 관찰하며 하루를 시작했고, 아침마다 자연 속을 거닐며 사색에 잠겼습니다. 그는 도시의 번잡함이나 시장의 소음보다는, 자연의 침묵 속에서 진리를 더 가까이 느꼈습니다.

      그는 사치스러운 식사를 거부했고, 보통 빵과 물, 때때로 올리브나 채소 정도로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식사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행위일 뿐, 쾌락의 수단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배고픔을 통해 자아에 대한 통제력을 기를 수 있다고 여겼으며, 음식조차 자족의 도구로 삼았습니다.

      의복 역시 간단했습니다. 그는 한 벌의 튜닉만을 입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그것을 조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검소함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이처럼 하루의 모든 행위는 그 자체가 철학이었으며, 무엇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실현하는 루틴이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루틴은 자기 성찰이었습니다. 그는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자신에게 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는 오늘 자족했는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의 기준으로 판단했는가?”,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나의 이성에 따라 결정했는가?” 이 질문들은 그의 내면을 점검하고 철학자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시키는 도구였습니다.

       

      혼자 살아도 흔들리지 않는 삶, 오늘날 우리에게 가능한가?


      안티스테네스의 일상은 오늘날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흔히 ‘혼자’ 있는 시간을 ‘비어 있는 시간’으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그에게 혼자 있음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함의 조건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의 가치 기준을 정립하고, 그것에 따라 하루를 설계했으며, 외부의 인정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정보 과잉, 감정 소모, 비교와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하루를 구성합니다. 이럴 때 안티스테네스의 루틴은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외부 자극이 넘쳐나는 지금, 의도적으로 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내면의 기준을 점검하는 루틴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안티스테네스처럼 살 수는 없어도, 우리는 그처럼 하루 중 일정한 시간 동안 자기 자신과만 대화하는 고요한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소박한 식사와 단순한 소유를 실천하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기 기준을 중심에 두는 연습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변화는 단지 하루의 일정이 아니라, 삶 전체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철학적 루틴이 될 수 있습니다.

       

      혼자서도 완전한 하루를 설계하는 법

       

      안티스테네스의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고독하고 불편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상은 가장 완전한 자유와 자족의 철학적 실천이었습니다. 그는 관계에서 자유로웠고, 소유에서 독립적이었으며, 그로 인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철학자의 하루〉 시리즈는 철학자들의 루틴을 통해 일상의 실천이 어떻게 사상과 직결되는가를 탐구합니다. 안티스테네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자율적인 루틴을 통해 스스로를 완성한 인물입니다. 그의 일상은 “혼자 있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혼자 있을 때야말로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수많은 연결 속에서 살아가지만, 잠시 멈추어 ‘내가 스스로 충분한 사람인지’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 중 10분이라도 ‘자족의 루틴’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각자의 철학자의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