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6. 21.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한 하루의 구조"


      우리는 삶에서 종종 ‘무엇을 잘못했는가’보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를 더 절실하게 묻습니다. 반복되는 실수와 후회, 신념과 욕망 사이의 갈등은 많은 사람들을 내면의 혼란으로 이끕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삶을 정돈할 수 있는 회개의 루틴, 즉 내면을 돌이키고 재구성하는 철학적 실천입니다.

      이런 질문 앞에서 떠오르는 철학자는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입니다. 그는 단지 신학자가 아니었습니다. 자아를 탐구하고 욕망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신과 철학을 동시에 마주한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저서 《고백록(Confessiones)》은 단순한 종교적 수기라기보다, 철학적 내면일기의 결정판이며, 그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회개와 묵상의 루틴을 구축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문헌입니다.

      이번 글은 티스토리 시리즈 〈철학자의 하루〉의 열 번째 이야기로, ‘철학자들의 루틴 – 일상에서 발견한 철학’이라는 대주제 아래, 아우구스티누스가 어떻게 고통과 유혹의 시간을 지나 묵상과 고백의 습관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변화시켰는지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오늘날 우리 각자의 삶에도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지를 함께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쾌락과 방황의 시절, 그 역시 흔들리는 청년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우구스티누스는 ‘거룩한 성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은 처음부터 그렇게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카르타고와 로마, 밀라노 등을 떠돌며 쾌락과 지적 허영, 세속적 성공에 빠졌던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기대와 어머니 모니카의 신앙 사이에서 그는 자신만의 중심을 찾지 못했고, 수년간 마니교, 회의주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에 빠져들며 방황하는 정신의 소유자로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혼란은 곧 철학적 통찰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나약함과 욕망을 직면했고, 거기서 ‘의지의 분열’이라는 주제를 깊이 탐색하게 됩니다. 《고백록》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철학자의 하루 - 아우구스티누스의 회개와 묵상 루틴
      철학자의 하루 - 아우구스티누스의 회개와 묵상 루틴

       


      “나는 왜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계속하는가?”
      이 질문은 단지 도덕적 회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의지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었습니다.

      그가 갈등을 겪었던 것은 쾌락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쾌락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내면의 구조였습니다. 이 혼란 속에서 그는 조금씩 ‘정돈된 삶의 루틴’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묵상과 고백, 기도와 자기 성찰이라는 철학적 회개의 일상 습관을 통해 자신을 다시 구성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회개 루틴: 나를 내려놓는 고백의 시간

       

      아우구스티누스의 회개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종교적 깨달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매일 반복된 고백과 묵상, 침묵과 기록의 루틴을 통해 축적된 자기 인식의 여정이었습니다. 그는 일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정리했고, 그 안에서 신의 섭리와 인간 본성을 직면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루틴은 글쓰기였습니다. 《고백록》은 단지 그의 대표작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고백하며 자신을 객관화하는 글쓰기의 실천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일기처럼 되짚으며, 과거의 기억에 대한 묵상을 통해 현재의 자기 인식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자기 연민이 아니라, “기억을 재구성하는 철학적 명상”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하루의 여러 시점마다 침묵과 기도의 시간을 정기적으로 확보했습니다. 특히 새벽에는 외부 자극을 최대한 차단한 채, 침묵 속에서 신의 음성을 듣고자 했으며, 밤에는 하루의 언행을 되돌아보며 “나는 오늘 얼마나 겸손했는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었는가”를 되묻는 철저한 자기 검열의 루틴을 반복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 안의 혼란을 정돈했고, 마음의 중심을 다시 신에게 맞추었습니다. 회개는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며, 꾸준한 훈련이라는 점을 그의 삶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묵상의 힘: 고요 속에서 피어나는 철학적 자아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사유하는 영혼’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사는 도시,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 속에서도 끊임없이 ‘하느님 앞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이 철학적 태도는 단지 신앙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정돈하는 명상의 기술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묵상을 통해 인간 존재가 얼마나 연약한지를 인식했고, 동시에 그 연약함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고귀한 의지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삼위일체론》과 《신국론》에서는 묵상의 결과로 떠오른 구조적 사유가 구체적인 신학과 정치철학으로 발전합니다. 즉, 루틴은 그의 사상을 낳는 실험실이자 성장의 무대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묵상 루틴은 오늘날 명상, 저널링, 감정 일기 등의 형태로도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자신을 되돌아보는 고백적 글쓰기, 일정한 시간 침묵을 유지하며 자신과 대화하는 습관은 현대 사회의 불안과 과잉 감정 속에서 내면의 질서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인 루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철저히 혼자 있었지만, 결코 고립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자신과 만나며, 하루하루를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철학자의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회개와 묵상, 오늘날에도 유효한 루틴의 철학

       

      아우구스티누스의 하루는 단지 신을 향한 경건한 시간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방황과 혼란을 경험한 한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정리하고, 다시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택한 철학적 루틴이었습니다.
      회개는 단지 죄를 뉘우치는 감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다시 선택하는 훈련의 반복이었습니다.

      〈철학자의 하루〉가 다루는 철학자들의 루틴은 모두 다르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루틴은 특히 ‘감정과 기억을 재구성하여 자기 이해를 높이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깊은 영감을 줍니다. 디지털 시대의 감정 과잉, 정보 피로, 실존적 외로움 속에서, 매일의 묵상과 정리, 고백과 침묵은 우리에게도 적용 가능한 회복의 기술입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해 보세요.
      “나는 오늘 나 자신에게 진실했는가?”
      이 단순한 질문이 반복될 때, 우리 역시 아우구스티누스처럼 고요하지만 깊이 있는 철학자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