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6. 26.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사유는 정적인가? 걷는 철학자 니체의 하루를 따라가다

       

      사유는 책상 앞에서만 가능한 것일까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이 질문에 단호히 “아니요”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그는 철학적 사유를 ‘몸으로 걷는 일’이라 보았습니다. 니체는 고정된 연구실이 아닌, 걷는 길 위에서 철학을 구성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니체의 산책과 고독’이라는 일상적 루틴이 어떻게 그의 사상, 특히 ‘초인 사유’로 이어졌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단순히 한 철학자가 걸었던 행적이 아니라, 그의 고독한 걷기가 어떻게 철학적 창조의 원천이 되었는지를 탐구합니다. ‘철학자들의 루틴 – 일상에서 발견한 철학’이라는 대주제에 걸맞게, 니체의 사유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생겨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병약한 철학자, 걷는 철학자 


      니체의 하루는 항상 산책으로 시작됐습니다. 의외일 수 있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심한 두통과 소화 장애, 시력 저하로 고생했던 병약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니체는 오히려 그런 신체적 약점을 사유를 위한 동력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몸의 반응이 곧 생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으며, ‘철학은 내장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문장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유의 형식이자 자기 자신과의 깊은 대화였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걷고, 일정한 리듬으로 발을 내디디는 것은 마음을 조율하고 감각을 깨우는 반복적인 의식이었습니다. 니체는 “위대한 생각은 언제나 걸을 때 떠오른다”라고 했고, 실제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대부분은 알프스 언덕을 오르내리며 구상되었습니다.

      이처럼 걷기와 사유의 통합은 니체 철학의 특징이며, 그의 일상 루틴의 중심축이기도 했습니다. 아침이면 그는 산책을 통해 감각을 깨우고,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하며 사유의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병약함 속에서 걷는 자, 고독 속에서 사유하는 자로서의 니체. 그는 걷기라는 단순한 행동 안에 자신의 철학 전체를 담아냈습니다.

       

      고독은 고립이 아니다 – 초인 사유의 실제적 조건 

       

      니체는 자신을 ‘사상가’로 칭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는 화산이다”, 혹은 “사유가 아니라 폭발이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처럼 감정의 깊이와 사고의 분출은 언제나 그에게 있어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철학적 폭발의 조건은 언제나 고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닙니다. 니체가 말한 고독은 철학적 깊이에 이르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사회적 소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는 의식적 선택이었습니다.

       

      철학자의 하루 - 니체의 산책과 고독
      철학자의 하루 - 니체의 산책과 고독


      그는 많은 글에서 ‘군중’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고, ‘초인(Übermensch)’은 반드시 고독 속에서 태어난다고 강조했습니다. ‘초인’이란 단순히 강한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새로 정의하고, 외부의 도덕과 규범을 넘어서는 자기 창조의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 초인의 등장은 군중과 멀어졌을 때만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니체가 스스로 선택한 일상은 바로 이런 초인 사유의 훈련장이었습니다. 그는 스위스의 작은 산골 마을, 실스 마리아(Sils-Maria)에서 오랜 시간 혼자 머물며 매일 산책을 반복했습니다. 정해진 식사 시간, 일정한 수면 패턴, 그리고 누구와도 섞이지 않는 침묵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재구성하고 초인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습니다.

       

      니체의 글은 언제나 ‘현장에서’ 태어났다 


      니체의 철학은 책상 위에서만 태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문장은 언제나 걷는 중에 떠올라, 돌아온 뒤 단숨에 기록된 것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사유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책상이 아닌, 좁은 벤치 하나면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펜과 노트 한 권만 챙겨 길을 나서고, 다시 돌아와 정리하는 것이 그의 철학적 글쓰기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니체의 문장은 매우 생생합니다. 비유와 은유가 풍부하고,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감각에 가까운 표현이 많습니다. 이는 자연 속에서 직접 사고하고, 움직이면서 정리된 생각을 곧바로 언어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그의 유명한 표현들—“신은 죽었다”, “너 자신이 되어라”, “영원회귀”—는 모두 고독한 산책 속에서 탄생한 말들입니다.

      철학은 생생한 것이다. 니체는 이를 증명했습니다. 산책은 생각을 일으키고, 고독은 문장을 다듬으며, 감각은 사유를 밀어올립니다. 오늘날 많은 철학자나 작가들이 여전히 ‘니체처럼 걷기’를 실천하는 이유는, 그의 루틴이 철학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든 진정한 사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니체의 산책’이 주는 의미

       

      니체의 산책과 고독은 단순히 19세기 한 철학자의 기행이 아닙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시작되는 바쁜 하루, 끊임없는 알림과 피드백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고요한 시간, 고독한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니체는 말합니다. “군중의 소음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너는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걷는다는 단순한 행동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고독이라는 환경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재구성해 나가는 루틴. 이것은 철학자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실천할 수 있는 존재의 훈련입니다.

      또한 그의 루틴은 우리에게 ‘정해진 답 없이 살아가는 용기’를 가르쳐 줍니다. 니체는 절대자의 질서를 부정하고, 전통적 도덕을 해체했습니다. 대신 삶의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며, 그 창조의 시작점은 늘 걷기와 고독이라는 ‘비워진 공간’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현대인은 바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멈추어 걷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니체처럼요.

       

      걷기와 고독이 만든 초인의 사유 – 철학은 삶의 방식이다 


      니체의 하루는 단조로웠습니다. 산책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또 산책했습니다. 그러나 그 단조로움 속에서 그는 서구 철학 전체를 흔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 냈습니다. ‘초인’, ‘영원회귀’, ‘가치 전도’와 같은 개념들은 거창한 철학 강의실이 아니라, 매일 반복된 고독한 산책길 위에서 태어난 것들이었습니다.

      그의 루틴은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철학이란 삶을 정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다시 구성하는 실천임을. 철학은 글쓰기 이전에 사유이고, 사유는 몸과 감각과 리듬 속에서 시작됩니다. 걷기와 고독은 그 출발선이며, 니체는 이 루틴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새롭게 구성하려 했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나도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거나,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다면,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은 복잡한 이론 공부가 아닙니다. 하루 30분, 혼자 걸어보는 일일 것입니다. 니체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철학은 그렇게, 아주 단순한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걷는 한 걸음, 그리고 혼자만의 침묵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