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규칙 없는 규칙 일상

 

규칙을 해체한 철학자의 일상은 과연 무질서했을까?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언어철학의 전환점을 만든 인물입니다. 그의 철학은 종종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는 선언으로 요약되지만, 그 말 너머에는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 전체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철학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그가 실제로 살았던 삶의 방식, 즉 하루를 구성한 독특한 루틴입니다.

이 글에서는 “철학자들의 루틴 – 일상에서 발견한 철학”이라는 대주제 아래,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없는 규칙 일상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정확한 생활 루틴을 지켰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일상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그의 삶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규칙적 루틴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일상 속 철학적 태도와 실천의 흔적은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정돈된 규칙이 아니라, ‘의도된 혼돈’으로부터 피어오른 질서의 사유였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왜 그렇게 자주 사라졌는가? 

 

비트겐슈타인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그는 철학자로서 케임브리지에서 강의하다가도 갑자기 사라져 시골의 오두막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산속의 트라운하우트, 노르웨이 외딴 마을 스코엘덴, 아일랜드 해안 근처의 조용한 오두막. 그는 이곳들에서 수개월 혹은 수년을 지내며 철저한 고독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립의 이유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도시의 일상과 인간관계를 “언어적 과잉”으로 간주했습니다. 사회적 언어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삶은 이미 너무 많은 규칙에 지배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규칙을 철저히 해체하려 했고, 그 해체의 실험은 사상뿐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철저히 비정형으로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같은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고, 한 가지 직업에도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철학자였다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정원사로 일하거나 병원 위생병으로 자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삶의 행위는 진실한가?” 이것은 곧, 철학을 사는 방식에 대한 철학이었습니다.

 

비정형이 곧 형식이다 – 일상 속 언어 게임과 철학 

《철학적 탐구》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일상의 언어를 ‘언어 게임(language game)’이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말과 규칙, 행동에는 고정된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황과 맥락 속에서 의미가 형성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언어의 사용법을 해부하며, 철학이 과도하게 일반화된 규칙으로 현실을 설명하려는 경향을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일상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식사를 일정하게 하지 않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도 없었으며, 일주일에 며칠은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삶이 단순한 기행이나 무절제한 생활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러한 ‘비정형의 리듬’을 통해 자신이 이미 길들여진 규칙에서 벗어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 철학은 이론이 아닌 실천이었습니다. 사유하는 방식, 말하는 태도, 만남을 갖는 방법까지도 철학의 일부였고, 일상을 해체하고 다시 짜는 과정 자체가 ‘철학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하루는 고정된 루틴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사유의 장이자 삶과 언어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실험실이었습니다.

 

규칙 없는 루틴이 말해주는 것 – ‘삶을 바르게 산다는 것’의 의미 

비트겐슈타인은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평생 고민한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학문적 성취보다는 ‘삶의 진실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고, 철학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바르게 사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철학적 탐구의 끝에 항상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내 삶은 지금 정직한가?”

그가 말한 ‘규칙 없는 규칙’은 단순히 혼돈을 허용하자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고정된 규칙이 우리를 속박할 수 있으며, 그런 규칙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태도야말로 가장 진실한 삶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철학자답게 사는 법’이란, 고요히 책상에 앉아 이론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철저하게 검증하며 살아가는 행위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철학자의 하루 -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없는 규칙 일상

따라서 그의 일상은 겉보기에는 무계획적이고 산만했지만, 그 안에는 극도의 의식과 성찰이 녹아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행동 앞에서 멈추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가 지금 말하는 이 문장, 이 만남, 이 거절, 이 침묵은 진실한가?” 철학은 그렇게, 매일의 작고 불편한 질문을 통해 현실로 내려왔습니다.

 

철학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질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삶은 전통적인 의미의 ‘루틴’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이 우리에게 더 큰 영감을 줍니다. 우리는 때때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삶의 진정한 중심은 놓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아침에 일어났고, 그 하루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지 질문해 본 적이 있을까요?

그는 철학이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은 수업이나 책상 위가 아닌, 매일의 일상 속에서 비로소 살아 숨 쉰다고 보았습니다. 말의 무게, 선택의 이유, 침묵의 타이밍—all of these were part of his ‘thinking life’.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없는 하루는, 사실 우리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는 사회적 루틴에 철학적 ‘깨달음’을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 짜놓은 규칙 위에서 걸어가고 있는가?

 

‘불편한 진실’ 속에서 정직하게 살아간 사람 

비트겐슈타인의 하루는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엄격했고, 타협하지 않았으며, 철저히 불편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철학적으로 살 수 있었고, 말과 삶, 사유와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 존재로 남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삶의 문제는 철학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 그의 하루는 이 말을 증명한 하루들이었습니다. 규칙이 없었지만, 모든 순간이 사유였고, 불안정했지만 정직했으며, 낯설었지만 자기 삶에 대한 감각은 누구보다 날카로웠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비트겐슈타인의 하루는 하나의 제안이 됩니다. “어쩌면 완벽한 루틴이 아니라, 진실한 루틴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질문에서부터 철학은 다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