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6. 28.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신문을 읽는다는 행위에 철학이 깃들 수 있을까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20세기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입니다. 그녀의 사유는 전체주의와 인간 존엄, 정치적 참여와 악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그녀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은 세계사의 비극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거대한 사유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매일 아침 그녀가 행하던 아주 사소한 습관—바로 신문 읽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철학자들의 루틴 – 일상에서 발견한 철학"이라는 대주제 아래, 한나 아렌트의 하루 중에서도 가장 사적인 시간이자 동시에 가장 정치적인 순간이었던 신문 읽기 루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그 일상적인 행위 안에 담긴 철학적 태도와, 그것이 어떻게 사유의 핵심으로 연결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아렌트처럼 일상 속에서 철학을 살아내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렌트의 하루는 아침 신문에서 시작된다


      한나 아렌트는 아침을 신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뉴욕타임스를 매일 정독했고, 정치 기사, 사회면, 국제 뉴스는 물론 문화란과 독자의 편지까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그녀에게 신문은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계와 접속하는 하나의 창이자, 사유의 재료가 되어주는 도구였습니다. 그녀의 철학이 현실 정치와 뗄 수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문을 읽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읽고 해석하며, 그 안에서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윤리를 비추어보는 철학적 행위로 이어졌습니다. 아렌트는 신문을 통해 사유의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했고, 각종 사회 문제와 권력의 작동방식을 끊임없이 반추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생각하지 않는 삶은, 인간다움을 상실한 삶"이며, 신문은 그러한 생각의 토양이 되어주었습니다.

       

      철학자의 하루 - 한나 아렌트의 신문읽기와 '악의 평범성'
      철학자의 하루 - 한나 아렌트의 신문읽기와 '악의 평범성'

       

      신문에서 악을 읽다: '악의 평범성'은 일상에서 시작되었다


      한나 아렌트는 1961년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취재하며, 역사상 가장 도발적인 철학적 통찰 중 하나를 세상에 던졌습니다. 바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입니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괴물이 아니며, 명령에 복종하며 일상의 규칙을 지킨 평범한 관료였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상성과 복종의 기계성이, 오히려 더 공포스러운 악의 실체를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매일같이 이어진 신문 읽기와 뉴스 분석의 루틴이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아렌트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들이 어떤 논리로 어떤 구조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해석했습니다. 특히 신문이라는 매체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작은 악'의 반복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고, 그녀는 그것을 통해 악이 어떻게 괴물처럼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스며든다는 점을 포착했습니다.

       

      일상적 행위의 정치성: 커피 한 잔과 생각하는 시민


      한나 아렌트는 철학자가 되기 이전에 기자로 활동한 경험도 있었고,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글쓰기를 평생 이어갔습니다. 그녀에게 있어 사유란, 특정한 장소나 학문적 체계 안에 갇힌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치는 일상 속에서 시작되고, 생각하는 시민은 자신의 일상을 성찰하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아침 루틴은 단순한 신문 읽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속에는 늘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 기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러한 권력의 작동 방식은 과연 정당한가?" 그녀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조용히 세상에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독립적인 사유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루틴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실천적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철학할 수 있다: 나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한나 아렌트의 루틴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의 일상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하루를 어떤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나요? 혹은 아무 질문 없이 정보만을 흡수하고 지나치지는 않나요? 아렌트는 철학을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생각하는 삶 그 자체로 여겼습니다.

      그녀처럼 뉴스 한 줄, 신문 한 면을 읽더라도 '왜?'라는 질문을 품고 바라본다면, 그 순간은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 됩니다. 아렌트는 독자들에게 철학자가 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민으로서, 인간으로서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그러한 태도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며, 하루의 루틴 속에서 가장 강력하게 드러납니다.

       

      일상의 루틴 속에서 철학은 시작된다


      "악은 괴물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평범한 얼굴을 하고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든다." 아렌트의 이 통찰은 그녀가 하루하루를 성찰하며 살아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상에는 신문이라는 도구가 있었고, 사유라는 태도가 함께 있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에게 "나도 아렌트처럼 살아볼까?"라는 작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철학의 시작입니다. 신문 한 장을 읽더라도 질문을 품는 태도, 평범한 루틴에 사유를 더하는 습관—그것이 바로 철학자 아렌트가 보여준 삶의 방식이자, 우리가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철학입니다.

      철학은 거창한 학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침에 읽은 신문 속 기사 하나, 커피 잔 옆에 놓인 메모지 한 장에서 시작됩니다. 한나 아렌트의 루틴이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생각하라. 그리고 질문하라. 그것이 삶을 바꾸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