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루틴에서 배우는 ‘몰입’

 

많은 철학자들은 하루 루틴 속에서 깊은 몰입 상태를 경험했습니다. ‘철학자의 하루’에서는 그들의 일상 속 몰입을 분석하며, 우리가 삶에 철학을 더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몰입은 삶의 한 방식일까요, 아니면 특별한 순간일까요? 

 

‘몰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개 예술가나 운동선수처럼 극단적인 순간에 온몸을 던져 집중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사실 몰입은 그보다 훨씬 더 일상적이며, 우리 모두의 삶에 스며들 수 있는 태도입니다. 특히 철학자들은 이를 누구보다 잘 보여준 사람들입니다.

‘철학자의 하루’라는 대주제로 지금까지 고대에서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의 루틴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철학자들의 루틴 속에 담긴 몰입이라는 개념을 집중적으로 조명해보려 합니다. 단순히 일정한 습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복과 규칙성 속에서 어떻게 더 깊은 사유와 창조가 가능했는지를 탐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하루 루틴에도 철학자들이 보여준 것 같은 몰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이번 글은 이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몰입은 고정된 루틴에서 태어난다 – 고대에서 현대까지 

철학사 속에서 몰입은 늘 루틴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플라톤은 일정 시간 아카데미아에서 토론하며 사유를 다졌고, 스토아 철학자 제논은 매일 같은 시장을 산책하며 자기 마음을 단련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리케이온의 산책길을 오가며 사유를 이어갔습니다.

중세와 근대 철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데카르트는 매일 침대 위에서 사유를 시작했고, 칸트는 똑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섰습니다. 심지어 이웃들이 그의 산책 시간을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지요. 니체는 걸을 때만이 진짜 생각을 할 수 있다며 하루의 절반을 산책에 쏟았습니다.

이처럼 철학자들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루틴을 통해 놀라운 몰입 상태를 만들어냈습니다. 겉보기에는 지루해 보이는 이 리듬이 사실은 가장 높은 집중의 발판이었던 것입니다. 꾸준히 몸과 마음을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방식으로 두었을 때, 그들은 어느 순간 저절로 몰입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몰입은 일상의 작은 틈새에서 자란다 

루틴 속에서 몰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저 시간을 채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몰입은 무조건 길게 앉아있거나 억지로 인내한다고 생기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작은 반복 안에서 서서히 깊어지는 것입니다.

니체는 “위대한 사유는 언제나 걸을 때 떠오른다”라고 말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산책이 특별한 ‘생각 여행’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매일 똑같은 산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익숙함 속에서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층위로 내려갔고, 어느 순간 번개처럼 통찰이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도 매일 아침 신문을 읽으며 세상의 흐름을 파악했습니다. 그것은 뉴스 수집이 아니라, 현실을 사유하기 위한 의식적인 몰입 훈련이었습니다. 신문 기사 한 줄에도 세상의 권력과 인간 본성을 꿰뚫어 보려는 시선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몰입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루틴—걷기, 읽기, 쓰기, 심지어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안에서 조금씩 깊어지며 우리를 더 예리한 사유로 이끌어 줍니다.

 

철학자의 하루 - 철학자들의 루틴에서 배우는 ‘몰입’

 

몰입은 선택의 반복에서 시작된다 

흔히 우리는 몰입을 특별한 재능이나 환경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철학자들의 루틴을 들여다보면, 몰입은 ‘선택의 누적’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이불 속에서 사유를 시작한 건 단순히 게으름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피노자가 렌즈를 연마하며 사유한 것도,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정신이 가장 투명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몰입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나는 지금 이것을 하겠다”라고 결심하고, 그것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렇게 선택이 쌓이고 루틴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몰입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됩니다.

철학자들은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반복’이라는 가장 확실한 장치를 만들어 그 안에서 스스로를 몰입하게 했습니다. 이것이 철학자들이 보여준 루틴의 진짜 힘입니다.

 

몰입은 곧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여행 

 

철학자들이 몰입을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아이디어나 학문적 성취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쇼펜하우어가 산책하며 개와 대화하듯 사색에 잠긴 이유도, 키에르케고르가 고독을 철저히 유지한 이유도, 모두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더 선명히 듣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가 바쁘고 불안할 때 몰입을 찾는 이유도 같습니다. 삶은 늘 복잡하고, 외부의 소음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일정한 루틴 속에서 자신을 몰입시키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때 비로소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들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철학자들의 루틴은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그들은 몰입을 통해 ‘생각하는 사람’으로 사는 법을 보여주었고, 그것을 매일 실천함으로써 철학을 추상적인 학문이 아닌 살아 있는 삶의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몰입은 어디에 있나요?

‘철학자의 하루’라는 이 시리즈를 통해 고대, 중세, 근현대 철학자들의 루틴을 살펴보았고, 이번에는 그 루틴에서 피어오른 ‘몰입’이라는 개념을 들여다봤습니다. 철학자들은 몰입을 위해 루틴을 만들었고, 그 루틴 속에서 스스로를 더 깊이 탐색하며 살아갔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몰입은 어느 날 갑자기 번개처럼 찾아오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차를 마시며 조용히 앉아 있는 것, 하루 30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그 작은 루틴들이 쌓여 우리의 사유를 더 깊게 만들고, 몰입을 자연스럽게 부릅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루틴으로 자신에게 몰입할 예정인가요?”
철학자들의 하루는 우리에게 언제나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천천히 답해보는 순간, 이미 우리는 조금 더 철학자에 가까워져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