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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는 어떻게 걷는가?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오늘날 '리바이어던'으로 대표되는 정치철학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지 이론적 사고에만 몰두한 학자가 아니었습니다. 매일 새벽 공기를 가르며 걷고, 때로는 달리는 루틴을 수십 년간 실천한 운동가로서의 홉스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의 일상은 조용한 책상 위의 철학자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매일 두 시간 이상 조깅을 하고, 운동 후에는 정제된 이성으로 독서와 집필에 몰입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도 정지된다고 믿었으며, 신체의 순환 없이는 정신의 명료함도 유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철학자들의 루틴 – 일상에서 발견한 철학’이라는 대주제를 통해 이 글은, 홉스의 일상에서 보이는 철학적 사유의 조건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일반론이 아니라, 육체와 이성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상호작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루틴의 철학적 사례로서 홉스를 살펴보겠습니다.이성을 위한 몸의 준비: 매일 아침의 조깅
홉스의 하루는 이른 아침, 느린 걸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먼저 천천히 걷기 시작해 일정한 리듬을 찾으면 점차 속도를 올려 뛰는 조깅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조깅이라는 운동은 대중적인 습관이 아니었기에, 그의 이러한 루틴은 매우 독특하고도 개인적인 실천이었습니다.
그는 “생각은 움직이는 혈액과 함께 흐른다”고 말하며, 신체가 정체되면 정신도 정체된다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그는 철학적 사유 이전에, 자신의 신체를 깨우고 순환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믿었습니다. 특히 조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머릿속의 잡념과 불필요한 감정을 털어내는 정신적 정화 과정으로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그는 많은 철학적 구상을 산책이나 조깅 중에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는 걷기를 통해 사유를 정리했던 칸트, 루소,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루틴과도 공통점을 가지며, 철학적 사유가 반드시 정적일 필요는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홉스는 심지어 “좋은 아이디어는 책상 위가 아니라 달리는 길 위에서 온다”고 주변에 말하곤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철학적 창의성의 물리적 조건을 몸의 움직임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그의 조깅은 하나의 철학적 루틴이었습니다.신체와 이성의 균형 감각: 운동 후의 독서 시간
운동을 마친 홉스는 잠시 식사를 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신 뒤, 조용한 서재로 들어가 독서에 몰입했습니다. 이때의 독서는 단순한 정보 수집이나 취미 차원이 아니라, 정신적 질서를 세우는 의식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매일 라틴어 고전을 읽으며 언어의 감각을 유지했고, 철학과 정치학 관련 텍스트를 반복해서 분석했습니다.
그가 독서를 중시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운동을 통해 신체의 피로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배출한 후, 이성은 더욱 정밀하게 작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홉스는 ‘육체의 소란’이 정리되어야 ‘정신의 침묵’이 시작된다고 보았으며, 그 침묵 속에서 비로소 논리적 분석과 철학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특히 아침 독서 이후, 생각을 정리한 내용을 간략히 노트에 정리하거나, 말로 내뱉으며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이는 일종의 ‘자기 설명 독법’이며, 현대 인지심리학에서도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동 → 독서 → 말하기 → 기록하기라는 루틴은, 철학적 생산성을 높이는 자기 훈련이자 신체와 정신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화된 사유 훈련이었습니다.철학자의 하루 - 홉스의 조깅과 독서 루틴 속에 숨은 정치철학의 뿌리
홉스의 대표 저서인 《리바이어던(Leviathan)》은 단순히 정치 체계의 정당성을 논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무질서한 인간 본성에서 어떻게 질서를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탐구입니다.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사회계약’과 ‘절대 주권’의 개념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그의 루틴에서 시작된 감각적 철학의 응결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조깅을 통해 무질서한 신체를 질서 있게 만들었고, 독서를 통해 이성의 구조를 정립했습니다. 이러한 반복은 개인 차원의 질서를 만들었고, 그 질서의 감각이 결국 공동체의 질서, 사회계약, 국가로 확장된 것입니다.
즉, 홉스의 루틴은 정치철학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는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자기 보호 본능에 따라 살기 때문에, 각자의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반복과 규율이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며, 합리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는 신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식으로 신체와 정신을 정돈하는 루틴은 바로 그 신념의 반영이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홉스의 조깅은 단지 건강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철학을 가능하게 한 육체적 기반이었으며, 독서는 그 철학을 구체화하는 이성적 토대였습니다.몸과 정신이 함께 철학하는 하루
홉스는 철학자이기 이전에, 자기 삶을 조율하는 일상 루틴의 실천가였습니다. 그는 육체와 정신이 따로 존재한다고 보지 않았고, 오히려 두 영역이 정밀하게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사유가 완성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머리로만 살아가고, 몸은 방치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몸의 건강만을 추구하며 이성적 사고를 멀리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홉스는 이 둘이 분리될 수 없으며, 철학이란 결국 몸과 정신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알려줍니다.
‘철학자의 하루’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는 이처럼 하루라는 단위 안에 철학적 통찰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관찰합니다. 홉스의 루틴은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닌, 육체와 이성의 조화를 실천한 사유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독자 여러분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 나는 얼마나 내 몸과 정신을 조율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내 사유는 몸의 컨디션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홉스처럼 매일의 루틴 속에서 자기 자신을 정돈하고자 한다면, 그 하루는 단지 반복이 아닌 철학적 여정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 역시 사유하고 살아가는 ‘현대의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철학자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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