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7. 6.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철학자들은 왜 굳이 하루를 한 문장으로 남겼을까요?


      플라톤에서 니체, 몽테뉴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들은 매일을 하나의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며 자신을 다듬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유를 더 깊고 단단히 만들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들의 습관을 따라 직접 ‘하루 한 문장’ 루틴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짧은 문장 하나를 남기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철학자들의 하루 한 문장 습관이 어떤 철학적 뿌리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같은 평범한 현대인이 이를 어떻게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철학자의 하루 - 철학자들의 '하루 한 문장'습관, 사유를 생활에 심는 법
      철학자의 하루 - 철학자들의 '하루 한 문장'습관, 사유를 생활에 심는 법

       

      하루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는 것의 뜻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거창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철학은 매일의 삶과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플라톤이 ‘이데아’를 사유하던 순간도, 몽테뉴가 에세이를 쓸 때도,
      니체가 혼자 숲길을 걸으며 떠올린 사상들도 결국은 모두 그들의 평범한 하루에서 나온 결과물이었죠.

      그런데 이들이 남긴 기록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짧고 압축된 형태의 문장이 많습니다.
      니체는 아포리즘으로, 몽테뉴는 단락이 짧은 글로, 세네카는 편지 형태로
      자신의 사유를 일상 속에서 자주 정리했습니다.

      결국 하루를 한 문장으로 남긴다는 건,
      그날 가장 중요한 질문, 혹은 가장 깊게 와닿았던 깨달음을 깊이 바라보고 농축하는 행위입니다.
      이것은 사유를 단단하게 다지고, 다음 날 다시 새로운 사유를 자라게 하는 씨앗과도 같습니다.

       

      ‘하루 한 문장’의 철학적 배경


      그렇다면 철학자들은 왜 굳이 이렇게 기록했을까요?

       

      1) 플라톤의 ‘대화’와 내면의 정제


      플라톤은 직접 글을 남긴 철학자가 아닙니다.
      그의 사상은 대개 ‘대화편’을 통해 전해지죠.
      플라톤은 인간이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서로 묻고 답하는 문답(디아레시스, διαίρεσις)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사람의 생각은 불순물이 빠져나가듯 점점 맑아지고 본질에 다가갑니다.

      ‘하루 한 문장’ 루틴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자신에게 묻고, 스스로 답해보며 하루를 짧게나마 정제하는 것이죠.
      저 역시 한 줄을 쓰기 전,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문장을 만들었다 지우며 “오늘 나는 무엇을 느꼈나?”를 스스로 묻곤 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작은 철학적 연습이 됩니다.

       

      2) 세네카와 스토아학파의 자기 점검


      스토아 철학자들은 하루를 마감할 때, 반드시 자기반성을 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세네카는 자신의 편지에서 매일 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마음속으로 혹은 글로 정리했다고 말합니다.

      “나는 오늘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는가?
      무엇을 오늘의 성취라 부를 수 있는가?”

      하루를 이런 질문으로 마무리하고 그것을 짧게 기록하는 일은,
      그들에겐 삶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루틴이었습니다.

       

      3) 니체 – 문장 속에 자신의 피를 섞다

       

      니체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는 내 피로 쓴 문장만을 신뢰한다”라고 했습니다.
      그에게 문장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생생한 사유, 고통, 기쁨이 배인 것이어야 했습니다.
      니체의 수많은 아포리즘이 짧지만 강렬한 이유는,
      그것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피며 나온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하루 한 문장’ 루틴 만들기


      저도 사실 처음엔 이 루틴이 다소 낯설었습니다.
      하루를 한 문장으로 적어보자고 마음먹고 노트를 폈을 때,
      막상 쓸 말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철학자들의 방식을 조금씩 참고했습니다.

      나에게 던질 질문들


      아래 질문들은 제가 매일 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처음에는 하나만 골라도 좋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모두가 연결되곤 합니다.

      오늘 가장 크게 나를 흔든 감정은 무엇이었는가?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무엇이었나?
      그 안에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했는가?
      내일 다시 같은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로 저만의 ‘하루 한 문장’ 루틴입니다.

      예시 : 실제 나의 하루 한 문장

       

      며칠 전, 저는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나는 오늘도 작은 인정욕구에 내 마음을 허락했다.”

      이 문장을 쓰고 나니,
      왜 그렇게 작은 일에도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는지,
      그 마음을 조금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장이 며칠, 몇 주 쌓이면
      제 마음의 패턴을 선명히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철학자들이 말한 사유의 지속적인 정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루 한 문장이 주는 실질적인 변화

       

      많은 분들이 “철학이 삶에 무슨 도움이 되나요?”라고 묻습니다.
      저는 그때 이렇게 답합니다.
      “철학은 문제를 없애주진 않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나를 바꿔줍니다.”

      하루를 한 문장으로 남기면
      내가 오늘 어디에서 가장 크게 흔들렸는지,
      어떤 부분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지
      가장 솔직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같은 질문을 3개월 뒤에 다시 던져보면
      그때는 이미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작은 습관 하나가 삶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바꿔갑니다.


      당신의 철학은 어디에서 자라고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철학자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플라톤도, 세네카도, 몽테뉴도 결국 우리처럼 매일을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단지 그들은 하루를 한 문장으로라도 정직하게 마주하고,
      그 문장 위에서 더 멀리 생각하려 했을 뿐입니다.

      저는 이제 매일 밤 하루 한 문장을 적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문장은 때론 부끄럽고, 유치하며, 어떤 날은 전혀 멋지지 않지만
      그 안에 있는 솔직함 덕분에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도 오늘부터 단 하나의 문장으로 하루를 정리해 보세요.
      “나는 오늘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언젠가는 당신만의 철학을 이루는 토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