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7. 7.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우리는 하루 세 번 식사를 합니다.
      그 시간은 의외로 길지 않습니다.
      대개 10~20분 정도, 마음만 먹으면 훅 지나가버리는 찰나죠.
      하지만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에게 이 짧은 시간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식탁에 앉는 순간에도 사유를 놓지 않았습니다.
      플라톤, 스피노자, 루소, 칸트, 심지어 쇼펜하우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은 식사 중에조차 삶의 질문을 곱씹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식탁 위에서, 때로는 인류를 뒤흔드는 사상의 씨앗이 움트기도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것을 조금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밥 먹을 땐 밥만 먹자”라는 말에 익숙해서일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런 순간이야말로
      마음이 가장 솔직해지고 느슨해져서 중요한 질문을 꺼내놓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그 철학자들의 식탁을 따라가며,
      루틴과 사유가 어떻게 식사 시간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 이를 어떻게 작은 루틴으로 만들어볼 수 있을지 함께 탐구해보려 합니다.

       

      철학자의 식탁 – 대화와 질문이 오가는 자리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단연 플라톤입니다.
      플라톤의 철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강단 위에서만 자라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사유는 정원에 놓인 소박한 식탁 위,
      빛과 그늘이 뒤섞이는 시간 속에서 친구들과 나눈 대화에서 자주 시작되었습니다.

      플라톤의 저작 중 상당수는 ‘대화편’이라는 형식을 띱니다.
      <향연>이나 <소크라테스의 변론> 같은 책들을 보면
      식사와 술자리가 결코 단순한 유흥의 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사랑이란 무엇인가?”, “용기란 무엇인가?”를
      서로 묻고 답하며 사유를 키웠습니다.

      저는 예전에 <향연>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진지하면 술 마시며 존재의 의미를 논했을까?” 하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술자리에서나 밥자리에서
      우리도 은근히 중요한 얘기를 더 편하게 꺼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음이 풀려서, 허세도 경계도 내려놓고 이야기하게 되니까요.

       

      루소의 식사 – 자연과 고독 속의 질문


      루소에게 식사 시간은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는 혼자 자연 속을 산책하고, 돌아와 간단히 빵과 치즈를 먹으며
      그날 자신이 마주친 풍경과 마음속 울림을 곱씹었다고 합니다.

      루소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나는 내 안에 새로운 감정이 자라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가만히 살펴본다.
      식탁은 그러한 사유를 조용히 정리하기에 좋은 곳이다.”

      저도 이 루틴을 흉내 내본 적이 있습니다.
      가끔 일부러 산책을 하고 들어와, 창가에 앉아 간단히 점심을 먹으면서
      내가 오늘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을 한 번 정리해 봅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냥 흘려보냈으면 무심히 지나갔을 깨달음이
      그때서야 선명히 자리를 잡습니다.

       

      칸트의 식사 루틴 – 반복이 주는 자유


      칸트는 다소 독특했습니다.
      그는 평생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식사했습니다.
      그의 식탁은 거의 군대식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같은 정도의 음식을 먹고,
      같은 친구들과 거의 비슷한 화제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 단조로움이 오히려 칸트를 자유롭게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식사의 루틴이 너무도 견고했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식탁에서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면서도
      마음속에선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의 문제를 끝없이 헤집었을 테니까요.

      저 역시 이를 참고해 아침 식사를 조금 규칙적으로 해보려 합니다.
      무엇을 먹을지는 달라도, 같은 시간에 식탁에 앉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묘하게 단정해지고, 그 속에서 생각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경험을 합니다.

       

      쇼펜하우어 – 식탁 위의 쓸쓸함까지 사유하기


      쇼펜하우어는 자주 혼자 식사했습니다.
      그는 고독을 즐겼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과의 단절이 주는 고통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저서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식탁에서 홀로 있는 사람은,
      자신의 고독을 가장 깊이 음미하게 된다.”

      저는 예전에 혼밥을 할 때 일부러 휴대폰을 보지 않고
      그냥 천천히 음식을 씹어보았습니다.
      그러자 평소엔 잘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감각들이 또렷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쓸쓸했습니다.
      그런데 그 쓸쓸함마저도 다시 바라보니
      “나는 지금 혼자 있으니, 나를 더 잘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구나.” 하고
      어쩐지 고마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식탁처럼,
      혼자 먹는 시간도 사유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식탁에서 할 수 있는 사유 연습 – 질문 리스트


      저는 철학자들의 이런 습관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가져와서
      식탁에서 스스로에게 작은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아래는 제가 자주 쓰는 질문들입니다.

      • 오늘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 그 불안은 사실 얼마나 현실적인가요?'
      • 지금 이 음식을 입에 넣으며, 그 불안을 조금 멀리 두어볼 수 있을까요?
      • 오늘은 내 마음이 무엇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나요?
      • 지금 이 식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들은 식사 시간 동안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던져도 좋고,
      식사를 마친 뒤 다이어리에 짧게 적어두어도 좋습니다.

       

      당신의 식탁을 ‘철학자의 하루’로 만들어보세요

       

      우리는 너무 쉽게 식사 시간을 소모품처럼 써버립니다.
      뉴스를 훑거나, SNS를 보면서 허겁지겁 음식을 넘깁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늘 하루 내 마음이 어디로 향했는지,
      무엇에 상처받고 무엇에 들떴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철학자들은 식탁에서조차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플라톤이 친구들과 웃으며 “용기는 과연 무엇일까?”를 묻던 그 자리,
      루소가 빵 한 조각을 씹으며 “나는 오늘 무엇을 느꼈는가?”를 돌아보던 순간이

       

      결국 그들의 사유를 조금씩 자라게 했습니다.
      당신도 오늘 저녁, 휴대폰을 멀리 두고 조용히 밥을 먹어보세요.
      그리고 아주 소박한 질문 하나만 마음속에 담아보세요.

      • 나는 오늘 무엇에 가장 크게 웃었나요?
      • 나는 오늘 왜 그것에 그렇게 화가 났나요?
      •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사람인가요?

      이런 질문들이 하나둘 쌓이면
      당신의 식탁도 어느새 작은 철학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철학자의 하루 - 식사시간에도 철학하는 사람들
      철학자의 하루 - 식사시간에도 철학하는 사람들

       

       


      식사 시간에도 철학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의 하루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은 식탁 위에서도 자기를 정직히 마주할 용기를 냈을 뿐입니다.

      저는 요즘 혼자 식사를 할 때마다
      어쩌면 플라톤의 정원에 있는 것처럼 느끼려 합니다.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며,
      오늘 하루 가장 큰 감정을 조금만 더 깊이 바라보려 합니다.

      당신도 오늘 저녁,
      그렇게 당신 자신과 작은 대화를 나눠보세요.
      그 식탁에서 나오는 질문과 답이,
      언젠가 당신만의 철학이 될 테니까요.



      📌 작은 실천 가이드 & 다이어그램

       

       

      🌱 오늘 저녁 이렇게 해보세요

       

      •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세요.
      • 음식을 입에 넣을 때마다 오늘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던 감정을 떠올리세요.
      • 밥을 다 먹은 뒤,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어보세요.
      • “나는 오늘 [감정] 때문에 조금 흔들렸다.”
      • 내일 그 다이어리를 다시 보세요.
      • 당신이 얼마나 매일 변하고 있는지 알게 될 거예요.

       

       

      🌱 식사 루틴의 흐름 다이어그램

       

       

      [식사 시작]
          ↓
      [오늘 하루 가장 오래 남은 감정 떠올리기]
          ↓
      [씹으며 질문 던지기]
          ↓
      [식사 후 한 문장 기록]
          ↓
      [나를 이해하는 루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