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vs 밤형 인간, 철학자의 선택

 

 

철학자들은 과연 아침형 인간이었을까요, 아니면 밤형 인간이었을까요? ‘철학자의 하루’에서는 철학자들의 루틴 속에서 시간대에 따른 사유의 리듬을 살펴보며, 우리도 스스로에게 맞는 철학적 시간을 찾아보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철학자의 하루 - 아침형 인간 vs 밤형 인간, 철학자의 선택

 

철학자는 언제 가장 깊이 생각했을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아침형인지, 밤형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떤 이는 새벽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한다며 이른 시각에 일어나 사색을 즐기고, 또 어떤 이는 모두가 잠든 밤이야말로 진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질감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철학자의 하루’라는 대주제로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의 일상 루틴을 탐구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그들이 하루 중 언제 사유에 몰두했는지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철학자들은 각기 다른 시간대를 선택해 자신만의 사유를 키웠습니다. 과연 이 시간대의 차이가 그들의 철학에는 어떤 결을 남겼을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아마 스스로 “나는 아침형일까? 밤형일까?”를 떠올리실 겁니다. 철학자들의 선택과 그 속에 깃든 사유의 리듬을 살펴보며, 우리도 조금 더 자신에게 맞는 ‘철학하는 시간’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침형 철학자들 – 신선한 공기와 함께 시작한 사유 

 

우선 아침형 루틴을 가졌던 철학자들을 살펴볼까요? 대표적으로 임마누엘 칸트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아침형 인간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정확히 몇 분 단위로 쪼개진 루틴을 살았죠.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하루의 독서를 시작했고, 정해진 시각에 강의를 하고 산책을 했습니다. 그의 철학 체계가 그렇게도 명료하고 기하학적일 정도로 깔끔한 이유가 이 규칙적이며 이른 사유 시간 덕분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또 한 명, 플라톤을 보아도 그의 사유가 아침의 리듬을 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아카데미아에서 주로 오전에 제자들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신선한 아침 공기 속에서 지적인 토론을 시작했고, 이때 논의된 주제들이 훗날 그의 대화편들을 이루었습니다.

아침은 물리적으로도 뇌가 가장 맑을 때입니다. 밤사이 정리된 기억과 사고의 찌꺼기가 제거되고, 다시 깨끗한 상태로 돌아온 의식은 새로운 사유를 위한 최적의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철학자들은 아침의 고요함 속에서 전날 품었던 질문을 다시 꺼내 보고, 그것을 조금 더 냉철하게 다듬었습니다.

 

밤형 철학자들 – 고요 속에서 깨어난 낯선 사유 

 

하지만 모두가 아침형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깊은 밤에야 비로소 진짜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철학자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장 폴 사르트르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늦은 밤까지 글을 쓰고, 새벽에 잠들었습니다. 카페나 작은 술집에서 시작된 사유가 밤거리를 헤매다 결국 새벽녘 책상 위에서 문장으로 완성되곤 했습니다.

몽테뉴도 늦은 시간까지 글을 썼습니다. 그는 밤이 오히려 감각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낮에는 차마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들을 부드럽게 불러온다고 느꼈습니다. 밤은 의식이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는 비밀스러운 시간대였습니다. 낮에는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이 있지만, 밤에는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유와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쇼펜하우어도 밤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아침에는 산책과 독서를 하면서 몸과 머리를 준비시키고, 해가 진 뒤에야 비로소 글을 썼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어두운 비관주의 철학은 밤의 정적 속에서 태어난 사유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간대가 사유의 색깔을 바꾼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철학자라 해도 아침과 밤에 떠오르는 생각의 결이 전혀 달랐다는 점입니다. 루소는 하루 중 여러 시간에 걸쳐 사유했지만, 특히 저녁 무렵에는 더 감정적이고 자기 고백적인 글을 남기곤 했습니다. 반면 아침에는 보다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고민들을 주로 다뤘습니다.

니체는 이를 아주 예리하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침의 생각은 밤의 생각과 다르다”고 단언했습니다. 아침에는 삶을 명료하게 분석할 수 있었고, 밤에는 비로소 그것을 체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아침의 차가운 통찰과 밤의 뜨거운 열망이 교차하며 만들어졌습니다.

사유란 그저 언제나 똑같이 흐르는 것이 아닙니다. 의식이 깨어 있는 방식, 감정이 드러나는 강도,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함 모두 시간대에 따라 변합니다. 철학자들은 그 사실을 잘 알았기에, 자신에게 맞는 시간대를 찾고 그것을 반복하는 루틴으로 삼았습니다.

 

당신에게 맞는 ‘철학의 시간’을 찾아보세요 

 

철학자들의 하루를 이렇게 시간대별로 들여다보니, 그들이 얼마나 자기만의 ‘사유 리듬’을 소중히 여겼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들은 하루 중 가장 정신이 맑거나, 혹은 가장 내밀해질 때를 사유의 시간으로 삼아 규칙적으로 그 순간을 불러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침형이냐, 밤형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시간대가 더 옳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철학자들은 저마다의 생체리듬과 감정의 흐름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거기에서 가장 깊이 사고할 수 있는 순간을 의도적으로 반복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루틴이었고, 삶을 조금 더 철학적으로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도 이 점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자신이 가장 집중이 잘 되는지, 언제 머릿속이 가장 솔직해지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그 시간대를 일부러 비워두어, 질문하고 사유하고 기록해 보세요. 철학자들의 루틴은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을 사색으로 채우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늘 당신의 ‘철학의 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까지 ‘철학자의 하루’라는 대주제 속에서 아침형 인간과 밤형 인간이라는 화두를 통해 철학자들의 시간 루틴을 살펴봤습니다. 칸트, 플라톤, 루소, 쇼펜하우어, 몽테뉴, 사르트르, 니체. 모두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의 하루 중 특정 시간을 반복적으로 사유의 시간으로 삼았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아침에 커피 한 잔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명료해지나요? 아니면 모두가 잠든 밤에야 비로소 내 속마음과 마주하게 되나요? 철학자들의 루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에게도 각자의 철학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이 생각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그 질문을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하다 보면, 당신도 어느새 조금 더 철학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