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7. 16.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철학자처럼 산다는 것, 일상의 리듬 속에서 사유하기

       

      우리의 블로그 ‘철학자의 하루’에서는 지금까지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니체, 스피노자 같은 철학자들의 일상과 루틴을 탐구해 왔습니다. 단순히 그들의 위대한 저술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며 사유했는지를 들여다보았지요. 이 대주제 속에서 늘 느끼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철학자의 사유는 결코 서재나 강단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의 사유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루틴 속에서 성숙해졌습니다.

       

      철학자의 하루 - 스피노자의 ‘일하면서 사유하기’ 따라해보기
      철학자의 하루 - 스피노자의 ‘일하면서 사유하기’ 따라해보기

       


      그중에서도 저는 이번에 특별히 스피노자의 루틴을 깊게 들여다보고, 그의 방식을 따라 ‘일하면서 사유하기’를 직접 시도해보았습니다. 스피노자는 하루 대부분을 망원경 렌즈를 깎는 작업에 쏟았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철학과 전혀 상관없는 육체노동 같지만, 그는 그 시간에야말로 가장 깊이 사고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사실 우리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머릿속으로만 생각을 굴릴 때보다, 몸이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일 때 오히려 복잡한 고민들이 스르륵 풀리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스피노자의 루틴을 제 삶에 적용해본 과정을 솔직히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위키백과식 지식을 재정리하는 것이 아닌, 저만의 사유와 체험을 바탕으로 한 철학적 실험기를 적어봅니다. 독자 여러분도 혹시 이 글을 읽고 “나도 오늘부터 이렇게 살아볼까?” 하는 작은 호기심이 일어난다면, 그것만으로 이 글의 가치는 충분할 것입니다.

       

       스피노자의 루틴을 모방하다: 몸을 움직이며 머리를 깨우는 시간

       

      1) 렌즈를 깎던 철학자, 그리고 내 작은 반복노동


      스피노자는 아침이면 작업실에서 유리를 갈아 렌즈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은 매우 세밀하고 인내심을 요하는 과정이라, 단조롭지만 꾸준히 손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철학책을 쓸 때보다 오히려 이 일을 할 때 더 깊이 사유했다는 기록입니다. 몸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 것이지요.

      저는 그의 방식을 흉내 내기 위해, 일부러 손을 꾸준히 쓰는 작업을 하루 일정에 넣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주로 컴퓨터로 디자인을 하지만, 이 날은 의식적으로 마우스를 내려놓고 색연필과 펜을 들었습니다. 종이에 원을 그리고, 다시 그 안에 선을 반복적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큰 의미 없는 낙서 같았지만, 손가락이 리듬을 만들자 놀랍게도 머릿속에 그동안 미뤄둔 질문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지?’, ‘무엇이 나를 가장 두렵게 하나?’, ‘언제 내가 가장 생생히 살아있다고 느끼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쉽게 떠오르지 않던 질문들이, 손이 일정하게 움직이자 마치 물 위로 기포처럼 올라왔습니다. 그 순간, 스피노자가 왜 고된 육체노동 중에 위대한 철학을 다듬어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몸과 마음은 따로 놀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이, 실제 체험을 통해 내 살갗으로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2) 질문과 사유를 노트에 붙잡기


      스피노자는 외부 세계와 교류를 최소화하고 고독 속에서 사유했습니다. 그는 친구들에게조차 편지로 철학을 나눌 만큼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았습니다. 저 역시 그를 따라, 작업 도중 떠오르는 생각들을 사람과 나누는 대신 작은 노트에 바로 적어보았습니다.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을 충분히 펼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안전지대에서만 맴도는 건 아닐까?”
      “지금 내가 매달리고 있는 불안들은 사실 얼마나 실체가 있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건 두 줄도 채 못 쓰고 끝났고, 어떤 건 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져 적다 멈추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습니다.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맴돌면 잡히지 않지만, 글자로 적으면 더 이상 흐릿한 안개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적힌 문장들은 내 일상 한복판에 스피노자가 잠시 앉았다 간 흔적 같았습니다.

       


      3) 일상의 철학 실험,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변화


      며칠을 이런 방식으로 지내보니 이상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예전 같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져 멍해졌을 텐데, 오히려 ‘이 불편함이 나에게 뭘 말해주려는 거지?’ 하고 묻게 된 겁니다. 몸을 움직이며 사유를 연습한 덕분인지, 불안을 그대로 삼키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게 되더군요.

      또 하나 재미있던 건, 사소한 일들이 더 소중해졌다는 점입니다. 점심시간에 걸어 나가며 바람을 맞을 때, “아, 내가 지금 살아있구나” 하는 단순한 기쁨이 더 선명했습니다. 스피노자가 망원경 렌즈를 하나하나 깎으며 느꼈을 고요함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그렇게 일상의 반복 속에서 내면에 잔잔한 호수가 하나 생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늘 당신에게도 스피노자의 하루가 필요하다면


      스피노자의 루틴은 대단히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극도로 현실적입니다. 그는 부유한 귀족도, 가르치는 교수도 아닌, 먹고살기 위해 렌즈를 깎아야 했던 철저히 생활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단조롭고 고독한 노동 속에서,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존재를 탐구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일상에 치여 살아도, 몸이 움직이는 순간에 잠깐만이라도 마음을 깨우면 됩니다. 당신이 오늘 설거지를 하면서, 혹은 출퇴근 버스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면서 던져볼 만한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가장 감사할 일은 무엇일까?”
      “오늘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했나?”

      이 질문들을 스피노자가 렌즈를 깎으며 자기 자신에게 던졌을 질문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분명히, 당신의 오늘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결국 철학은 거창한 논문도, 대단한 수업도 아닌, 이렇게 몸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의 조용한 물음 속에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 부디 오늘 하루, 사소한 움직임 속에서도 자신을 한 번 더 깊이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당신도 모르게 그 순간, 이미 철학자의 하루를 살고 있을 테니까요.

       

      덧붙이는 ‘나를 위한 작은 루틴 연습’


      끝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오늘이라도 바로 해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루틴을 하나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스피노자처럼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하루 10분이라도 반복적인 손동작을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손바느질, 단순한 낙서, 작은 종이 접기라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몸을 일정하게 움직이는 사이, 마음도 따라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끝나면 짧게라도 메모하세요. “오늘 나는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답을 받았는지.”

      이 루틴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막막할 때, 한 줄이라도 적어보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당신의 하루도 스피노자의 하루처럼, 일상과 철학이 맞닿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