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7. 17.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걷는다는 건,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사유의 실천이다”

       


      니체는 단지 철학을 글로 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철학을 '몸으로 산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수많은 말들, “모든 위대한 사상은 걷는 동안 떠올랐다”, “나는 내 몸으로 생각한다” 같은 문장들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그의 실제 생활 방식이기도 했지요.

      많은 이들이 니체를 기억할 때 그의 사상만 떠올리지만, 저는 그의 '루틴'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니체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루트를 따라 산책을 했습니다. 그는 알프스의 산책로에서 철학의 근육을 단련했고, 고독과 자연 속에서 사유의 근원을 길어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산책 루트를 따라가 보며, 그의 삶의 방식 속 철학을 내 일상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를 실험해 본 이야기를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니체의 사유는 ‘길 위에서’ 시작됐다

       

      그의 철학은 사유의 물리적 환경에서 출발합니다


      니체가 주로 머물렀던 스위스의 ‘잘츠마르크’와 이탈리아의 ‘사이르마리아’는 단순한 피서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매일 아침 일찍 눈을 뜨고, 햇빛과 바람의 방향을 관찰하며 하루의 첫 사색 산책을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바젤에서 교편을 내려놓은 이후, 그는 ‘사유의 삶’ 그 자체를 추구하며 철저히 자신만의 일과와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걷던 산책로는 단순한 물리적 경로가 아니라, 철학의 탄생지였습니다. 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길, 절벽 옆의 좁은 산책로, 혹은 조용한 호숫가 옆 벤치에서 그는 사유를 정리하고,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걸으며 ‘비워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니체의 철학은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는 방식이 아니라, 걷고 걷고 또 걸으며 ‘몸과 함께’ 생각해 낸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걷기의 리듬 = 사유의 리듬


      니체는 걸을 때 속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너무 느리면 생각이 늘어지고, 너무 빠르면 감각이 사라지며, 적당한 보폭과 속도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고 여겼습니다. 그는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을 따라 반복하며 사유의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사유의 리듬'은 우리가 명상에서 말하는 '호흡의 리듬'과도 유사합니다. 걷는다는 것은 곧 호흡하고, 움직이고, 체온을 높이며, 나 자신을 중심으로 돌리는 하나의 행위입니다. 니체는 ‘나는 글을 앉아서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걷는 동안 ‘메모는 최소화’하고, 사유의 흐름을 온전히 ‘자신의 안에 저장’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야 붓을 들었다고 하죠.

       


      직접 걸어본 니체의 루트 – 몸으로 이해한 사유의 방식

       


      [1] 아침 7시, 도시의 가장 조용한 루트 찾기


      니체처럼 고요한 아침에 걷기 위해, 저도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의 북악산 자락 근처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산책로를 골랐습니다. 처음엔 단지 ‘건강을 위한 걷기’ 정도의 기분이었지만,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내면의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어제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부터, ‘내가 요즘 자꾸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질문들이 말없이 떠오르더군요.

      니체가 말한 “고독은 사유의 가장 충실한 동반자”라는 말을 새삼 떠올렸습니다. 이 고요한 걸음 속에서 진짜 나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 일정한 루트를 반복하라 – 일상의 의례화


      니체는 같은 길을 매일 걸었습니다. 저도 이틀째부터는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두 번째부터는 ‘경로에 대한 긴장’이 사라지고 ‘사유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길은 더 이상 인식의 대상이 아닌 ‘배경’이 되면서, 생각은 훨씬 더 깊어지고 자유로워졌습니다.

      니체는 일상의 반복을 ‘기계적인 습관’이 아닌 ‘의식화된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방식을 통해, 같은 행동도 매번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3] 사유를 위해 자연을 끌어안기


      니체는 자연과 철학을 떼어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언젠가 “도시를 떠나 산과 바람,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만난다”고 했습니다. 제가 걷는 길에도 나무와 흙길,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가 있었습니다. 단지 걷는 장소가 아닌, 감각을 열어주는 공간으로서의 자연이었습니다.

      이제는 걷는 중간 중간, 나무 하나에도 ‘왜 저런 모양일까?’, ‘나는 왜 이 색이 마음에 들까?’ 하는 철학적 질문이 슬그머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니체의 ‘자연 철학’이 단지 개념이 아니라, 걷기라는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음을 실감했습니다.

       

       

      철학자의 루틴을 나의 하루에 녹이는 법 – 실천 팁 3가지


      1. 걷는 시간을 ‘사유의 시간’으로 정해 보세요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 하루 중 30분만이라도 사유를 위한 걷기 시간으로 정해 보세요. 핸드폰 없이, 음악도 끄고, 오직 나의 생각과 감각만으로 걸어보는 것입니다. 걷기 명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유 활동'에 가깝습니다.

       


      2. 같은 시간, 같은 루트를 반복하며 리듬을 만드세요


      니체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루트를 걸었습니다. 그 반복 속에서 생각은 깊어지고, 감정은 정제되었습니다. 루틴은 단조로움이 아니라 '사유의 훈련장'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같은 길을 반복하면, 처음엔 외부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그다음엔 내부 풍경이 떠오릅니다.

       


      3. 걷는 중 떠오른 생각을 집에 돌아와 정리하세요


      니체는 걸으며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걷는 동안 오로지 사유에만 몰입했고, 돌아와서야 그 생각을 글로 옮겼습니다. 걷는 중에는 생각을 비축하고, 집에 돌아와 한 줄로 정리해 보세요. “오늘 나는 어떤 생각을 품었는가?”, “무엇을 느꼈는가?” 같은 질문을 매일 던지는 것도 좋습니다.

       

      철학자의 하루 - 니체의 사색 산책 루트 실천 도전기
      철학자의 하루 - 니체의 사색 산책 루트 실천 도전기

       

      걷는다는 건, 철학을 산다는 것

       


      니체의 산책 루틴은 단지 건강을 위한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철학하는 몸’을 위한 철저한 훈련이었고, 그의 사상은 그 걷는 몸에서 탄생했습니다. 저는 니체의 루틴을 내 삶에 그대로 옮겨보는 시도를 통해, ‘사유란 실천을 통해 비로소 살아있는 것’ 임을 느꼈습니다.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하루에 질문을 던지고, 반복 속에서 의미를 찾고, 몸과 함께 생각한다면, 그것이 곧 ‘철학자의 하루’가 아닐까요? 니체가 걸었던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동네 골목, 공원의 산책로, 심지어는 아파트 단지 안의 산책길도 될 수 있습니다.

      걷는 일상이 철학이 되는 그 순간, 당신도 니체처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내 몸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