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하루

철학자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사유하는 습관, 말하는 용기, 걷는 태도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 2025. 7. 13.

    by. 철학자의 하루

    목차

       

      질문 없는 하루를 살고 계시나요?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시나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그대로 뉴스나 SNS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저 역시 늘 그랬습니다.
      침대에서 나오기 전 이미 뉴스 속 사건과,
      친구들이 올린 사진과, 어쩐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바쁜 이야기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건 전부 ‘타인의 이야기’라는 것을요.
      정작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지?’,
      ‘내가 진짜 바라는 게 뭐지?’ 같은 질문은
      처음부터 사라져 버린 상태였던 겁니다.

      생각해 보면 현대를 사는 우리는
      질문 없는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건 대부분 확인과 반응뿐입니다.
      메일을 확인하고, 메시지에 답장하고,
      할 일 목록을 떠올리고,
      마감과 압박에 반응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에서
      우리를 지금까지도 붙잡아두는 사유의 유산을 남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는 늘 질문했습니다.
      왜 인간은 이런 선택을 하는지,
      무엇이 좋은 삶을 만드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행복에 가까워지는지를요.

       

      아리스토텔레스의 하루를 이루던 질문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질문’은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놀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삶의 중심이자, 행동의 나침반이었습니다.
      그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끝없이 물었던
      “좋은 삶(good life)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최고선은 무엇인가?” 같은 물음은
      결국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행복은 잠깐 스쳐가는 기분이 아니며,
      자신의 탁월함(arete)을 매일 실현해 가는 ‘활동’ 속에 있다고요.
      그러니 매 순간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생깁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이 행동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가?”
      “이 선택은 나와 내 주변에 어떤 선한 영향을 미치는가?”

      이 질문들이 그의 하루를 이루는 루틴이었고,
      그 루틴은 평생토록 그를 철학자로,
      그리고 행복을 고민한 인간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질문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사실 이런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책에서 읽으면 멋있어 보이지만
      우리 일상에 그대로 가져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철학자의 하루’ 같은 건 남의 이야기라고만 여겼습니다.
      지금 당장 월세를 내야 하고,
      주어진 마감에 치여 사는 내가
      무슨 아리스토텔레스 흉내냐 싶었죠.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대로 가다간 정말 내 인생이
      누군가 정해준 대로만 흘러가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원래 좋아하던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불필요한 불안만 남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작게라도 바꿔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질문하면서’ 하루를 살아보기로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질문이 마음의 표면을 깨뜨렸다
      질문 루틴을 만들기 위해
      아침, 낮, 저녁에 각각 하나씩 묻기로 했습니다.
      아침에는 “오늘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낮에는 “지금 이 행동은 나를 성장시키는가?”,
      그리고 저녁에는 “오늘 내가 감사할 것은 무엇인가?”를요.

       

      철학자의 하루 -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질문하면서 일상 보내기
      철학자의 하루 -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질문하면서 일상 보내기

       

      처음 며칠간은 솔직히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 질문을 적는다고
      당장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었죠.
      낮에는 바쁘다 보면 까먹기 일쑤였고,
      저녁엔 피곤해 그저 대충 한 줄만 적고 잠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3~4일쯤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회의 중에 짜증이 올라올 때
      불쑥 “이 순간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대로 감정에 휩쓸려 얼굴을 굳혔을 텐데,
      그 순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니
      조금 웃음이 나더라고요.

      주말에도 무심코 SNS만 들여다보며
      1시간을 허비하려던 찰나,
      “이 시간에 나는 어떤 가치를 쌓고 있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책장에 꽂힌 철학책 한 권을 꺼내
      몇 장을 읽었습니다.
      별 것 아니었지만,
      그 작은 질문 하나가 시간을 다르게 썼다는 게 중요했습니다.

       

      질문이 나를 조금 더 부드럽고 솔직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늘 자기 비판이 심한 편이어서
      조금만 실수해도 머릿속에서
      ‘왜 이렇게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곤 했는데요.

      질문 루틴을 하며
      저녁에 “오늘 내가 감사할 것은 무엇인가?”를 적다 보니
      하루를 비난보다 감사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죠.

      그리고 질문 덕분에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졌습니다.
      친구와 대화 중
      “나는 지금 이 대화에서 정말 이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나?”
      를 스스로 물으니
      허튼 멘트를 던지기보다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게 됐습니다.

      질문이란 게 참 묘했습니다.
      누구에게 답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에게 던질 뿐인데,
      그 물음표 하나가
      내 하루를 훨씬 더 정직하게,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질문 다이어리를 써보세요, 놀라운 변화가 생깁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작게 이렇게 적어두고 다닙니다.

      질문 다이어리
      아침 – 오늘 나는 무엇을 기대하나?
      낮 – 이 선택이 나를 성장시키는가?
      저녁 – 오늘 내가 감사할 것은 무엇인가?


      하루에 한 줄이라도 좋습니다.
      이 질문에 답을 적어보세요.
      어떤 날은 정말 별 거 없는 대답이 적힐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퇴근하고 맥주 마실 생각에 설렌다.”
      “지금 이 선택? 그냥 배가 고파서 치킨 시킨 건데…”
      “그래도 오늘은 늦게까지 전화받아준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문장들이
      며칠, 몇 달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가 보이는 거죠.

      질문 루틴은
      나를 꾸짖기 위한 것도,
      더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나를 진심으로 살펴보기 위한
      작은 철학의 시작일 뿐입니다.

       

      질문하는 하루가 당신만의 철학이 됩니다

       

      저는 이 14일 실험 이후
      하루도 질문 없이 보내고 싶지 않게 되었습니다.
      질문은 나를 불편하게도 만들지만,
      동시에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아주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질문하며 살아간다’는 건
      결국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내 삶을 더 내 것답게 만드는 일입니다.

      당신도 오늘부터 아주 작은 질문 하나만 던져보세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은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나?”

      그 질문 하나가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결국 당신의 인생을
      조금씩 바꿔갈 테니까요.